기술 M&A: 스코프 딜*의 새로운 규칙
* Scope Deal: 인수합병(M&A) 전략 중 하나로,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규모 확장이 아닌, 새로운 역량, 제품, 시장 접근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거래를 의미.
새롭게 가져야 할 원칙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되, 최선의 결과에도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거래 완료 전 통합 계획 수립 시, 가장 빠른 성사 시점부터 가장 늦어질 수 있는 시점까지 모두를 고려한 유연하고 단계별 접근 방식을 마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기술 산업 내 대형 인수합병이 규제 장벽에 부딪히기 시작하자,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역량, 제품, 시장 접근을 목표로 스코프 딜로 M&A 전략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매우 급격해서, 지난 6년 동안 기술 산업 내 M&A의 약 80%가 스코프 딜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산업보다도 훨씬 높은 비중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스코프 딜의 인기가 곧 다시 대규모 인수로 돌아갈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형 기술 기업은 여전히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업계 내 M&A 환경은 한층 더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이제 대형 인수뿐 아니라 스코프 딜에도 엄격한 심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거래 종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거래 형태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기업들의 M&A 프로세스는 여전히 기존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스케일 딜 방식에 의존한 전략은 스코프 딜의 실질 가치를 달성하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주요 과제
스케일 딜이 주로 비용 절감 시너지를 목표로 하는 반면, 스코프 딜은 수익 시너지를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기업들은 제품 간 교차 판매를 통해 단기 수익을 창출하고, 제품 통합을 통해 장기 성장을 실현하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 추진 과정에서 주의가 분산되면서 이러한 목표에서 멀어지고, 제품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인의 당사 조사에 따르면, 제품 포트폴리오 통합 실패는 수익 시너지 실현에 있어 가장 흔한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수익 시너지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비용 시너지 역시 확보하려는 요구가 과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는 비용 절감을 통해 고비용 부채를 빠르게 상환해야 할 필요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비용 시너지를 달성하기 위한 무리한 조치는 오히려 수익 시너지의 기반이 되는 핵심 역량을 훼손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재 문제도 또 다른 장애 요소입니다. 기업 간 인재와 문화가 다를 경우, 팀 통합은 항상 어려움을 수반합니다. 단기적으로 명확한 비전이나 성장 경로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핵심 인재가 조직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직원들은 변화에 대한 불안과 기대와 다른 현실로 인해, "더 나은 통합"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거래가 완료되기 전에도 기존 비즈니스에 위험이 존재합니다. 스코프 딜이라 하더라도 규제 승인 과정이 길어지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경쟁사들이 고객 기반에 침투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기술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
첫 번째 단계는 기술 M&A 환경의 새로운 현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익 시너지를 중심으로 한 스코프 딜이 대세가 된 지금, 20년 전의 비용 절감 중심 전략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거래의 각 단계에서 플레이북을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실사 접근 방식 고도화 (Update the diligence approach)
재무와 시장 성장성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비전과 시나리오를 사전 검증하고 내부 리더십과 전략적 방향성을 조율해야 합니다.
실사 과정은 고객의 목소리에 기반해 수익 시너지 기회를 데이터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인재와 조직 문화와 같은 비재무 요소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사전 종결 계획과 정렬 극대화 (Make the most of pre-close planning and alignment)
규제 장벽 확대를 감안해서 거래 전략과 통합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되, 최선의 결과에 대비하라”는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유연하고 단계별 접근을 통해 가장 이른 시점과 가장 늦은 종결 시점을 모두 염두에 둔 사전 통합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스코프 딜조차 강화된 규제 심사의 대상이 되고 있어, 종결까지 장기화되는 상황을 예상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거래는 평균 약 3개월 내에 마무리됩니다. 반면, 추가 정보를 요청받을 경우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심한 경우 소송으로 이어져 2년까지도 지연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대규모 거래(100억 달러 이상)는 여러 규제 기관의 동시 심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EU 집행위원회(EC), 영국 경쟁시장청(CMA) 등 다수의 규제 기관으로부터 이의 제기를 받았고, 이들은 재구성 조건과 일정을 새롭게 설정한 바 있습니다.
Day 1 수익 시너지 가속화 (Accelerate Day 1 revenue synergies)
성공적인 사전 종결 전략 중 하나는 데이터 기반의 영업 계획을 수립해, 영업팀이 첫날부터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타깃 고객 및 담당자를 지정한 실행 가이드를 마련해야 합니다. 영업 인력에게 수익 창출 방식과 통합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명확히 전달하고, 명확한 역할 규칙과 보상 체계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전 계획은 제품 통합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 줄 뿐 아니라, 인재와 조직 문화에 대한 세심한 접근도 요구합니다.
특히 엔지니어, AI 데이터 전문가 등 핵심 인재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 제안을 설계하고, 잠재적인 문화적 갈등 요인을 조기에 파악 및 해결해야 합니다. 통합팀은 이러한 문화적 ‘단층선’을 명확히 인식하고, 조직 전반의 통합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히타치의 실리콘밸리 기업 GlobalLogic 인수는 성공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히타치는 글로벌로직(GlobalLogi)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하고자 했지만, 양사 간 문화적 차이가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수 대상 기업이 고유의 강점을 잃게 되는 위험을 우려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워크숍, 현장 방문, 글로벌 인력을 활용한 크로스컬처 팀 구성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같은 투자는 글로벌로직의 문화를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를 자사에 적용하는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거래 종결 직후의 동기 부여 전략 마련 (Know how to motivate immediately post close)
Day 1부터 수익 시너지 실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영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승리 전략 공간(win room) 구축, 영업 교육 제공, 인센티브 체계 정비 등이 필요합니다.
수익 성장의 핵심은 장기적 통합을 위한 계획 수립과 제품 시너지 전략
최고의 기업들은 제품을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안하며, 통합 플랫폼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 시너지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는 초기부터 새로운 제품 가치와 공동 로드맵을 투명하게 소통하고, 전략적 제품 계획은 전담 교차 기능 팀이 규제 범위 내에서 주도해야 합니다. 통합 과정에서 인재 확보와 관리에도 계속해서 집중해야 합니다.
오늘날 거래는 그 어느 때보다 고비용이며, 성장은 더 큰 위험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어떤 거래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열쇠는 존재합니다.
체계적인 M&A 역량과 통합 전략이 잘 갖춰진 기업은 거래의 각 단계에서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자신 있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업계가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스코프 딜에 의존하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인수기업들은 종종 스코프 딜의 기대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인 수익 시너지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 제품 포트폴리오 통합 실패는 수익 시너지 실현을 저해하는 가장 일반적인 과제로 나타났습니다.
► 수익 시너지를 추구하면서도, 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용 시너지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Bain & Company가 발행한 "Technology Report 2024" 내용의 일부를 번역하고 정리한 포스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Bain & Company의 리포트 원문을 살펴봐 주세요.